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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후기'에 해당되는 글 22건

  1. 2003.08.13 노랑원추리를 찿아서 by 앙마
  2. 2003.06.04 2003-6-4 한라산답사기 by 미소

노랑원추리를 찿아서 by 앙마

오름후기 2003. 8. 13. 22:14 Posted by jejulife

언제든 훌쩍 떠날 때 내 다리가 되어줄 작은차가 있음에 행복하다.
훌쩍 떠날 빌미와 동반자가 되어주는 카메라가 있음에 행복하다.

8월 9일 토요일 오후시간은 나만의 시간이다.
해수욕장을 같이 가자는 제의를 뿌리치고 카메라 하나와 편안한 복장을 갈아입고 말 없으면서 말 많은 벗인 책 두어권을 챙겨들고 예전에 얼핏 스쳐간 원추리를 찾아 떠나본다.
 
원추리-----.
주황빛 왕원추리는 흔하여 천덕꾸러기 취급이지만, 노란개나리빛 백합을 닮은 노랑원추리(?)의 실물은 처음이기에 자못 들뜨기만 하다.
 지난번 오름 탐사때 산록도로변에 스치듯 지나쳤었는데....어느쪽이었지...?
원추리꽃의 수명이 하루인지라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룻날의 아름다움' 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명도 데이 릴리(day lily)로 짧은 꽃 수명을 얘기하는 듯 싶다.)

길눈이 심히 어두운지라 필히 찾아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인연이 닿으면 만나겠지-- 하는 생각에 찾으면 다행이고 없음 말고라는 생각을 하며 출사를 나서는 자체만으로도 가벼워져있다.

산록도로----.
제1산록도로는 언제든 참 즐거운 드라이브코스이다.
쭈욱 뻗은 도로가 그렇고 시원히 보이는 한라산과 어승생악 모습이 가슴을 후련히 해준다.
그 산록도로에서 다시 서부관광도로를 거기서 다시 제2산록도로에서 1100도로를 타고 올 생각이다.

서부관광도로에서 제2산록도로를 들어서면 나를 반기는 오름군들.......
서북쪽(?)으로 당오름과 그 뒤로 정물오름, 반대쪽으로 조근대비악...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카메라를 꺼내든다.
푸른 초원에 우뚝 선 당오름을 촬영하고 다시 제2산록도로로 접어들어 조근대비악을 촬영한다.

바람에 흩날리는 작물을 배경으로 흐르듯 서 있는 조근대비악--.
저 멀리서 구름들이 몰려온다.
어설픈 사진기술에 약간의 효과를 기대하며 구름떼를 기다려보지만 내 인내를 시험함인지 더디기만 하다.
에잇-----!!
그냥 가자! 어디 날이 오늘뿐인가.. 담에도 기회가 있겠지 하며........

제2 산록도로를 접어들어서는 내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다른 일행들이 있는 관계로 그냥 지나쳤던 제주다원에 들려보기로 한다.
혼자와서 좋은점이 이런 것이 아닐까------?
무작정 발길이 닿는 곳이 내가 갈곳이라는........
그리고 목적지를 지나쳤어도 피식~ 웃으며 부담 없이 후진을 할 수 있는....

이번도 예정에 없는 곳이라 후진을 해가며 다원으로 들어서본다.
들어오길 정말 잘했다.
찐차가 아닌 덖음차. 그것을 시음할수 있는곳이다.
각종 다기셋트와 나무를 깎아서 만든 테이블과 의자...
해학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커다란 목각인형.
오설록과는 사뭇 분위기부터 다르다.
오설록이 현대식 분위기라면 제주다원은 전통식 분위기다.
목제품들은 해인사쪽에서 들여왔단다.

한쪽구석으로 제주다원에서 생산이 되는 몇 종류의 차들이 진열되어있다.
첫물차, 두물차, 반발효차.....녹차를 이용한 목욕용품과 팩제까지 다양하다.
(다기셋트와 차는 판매도 겸하고 있다.)

은은히 흐르는 가야금 곡조가 있었음 하지만 그 대신 바람결에 들려오는 풍경소리가 적적치 않게 해준다.
댕그랑 풍경소리와 녹차밭 전경에 넉넉해짐을 느낀다.
더욱 좋은 것은 시음용으로 나온 두물차가 그냥 공짜 비슷하게 준다는 사실이다.^^
담에는 꼭 좋은사람과 이 풍경을 같이 하리라......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제주다원 직원에게 가방을 맡기고 카메라를 챙기들고 녹차밭을 향한다.
심은지 오래지 않아서인지 군데군데 빈터가 보여 아쉽지만 제주다원 내실에 걸려진 녹차밭사진을 떠올리며 흉내를 내본다.

소나무와 정자----.
풍류와 이리 잘 어울리는 소재가 있을까---?
시원한 바람과 끝없이 펼쳐진 녹음들이 장단을 맞춰주니 절로 흥에 겨워 곡주 생각이 간절하다.
너무 좋은 풍광에 염치없이 너무 오래 지체를 했는가보다.

이제 다시 산록도로를 달린다. 자귀나무 꽃도 제 할 일을 다 한 모양이다.
오색빛 공작같은 꽃도 띄엄 뛰엄이라 너무 아쉽다.
제대로 된 사진한장 없는데-----

자귀나무 대신에 이제 누리장나무가 제철인가보다.
꽃이다 싶으면 십중팔구는 누리장이 빛을 발하니....

누리장나무--.
'똥낭'이란 별칭으로 부르는 짓궂은 나무다. 살짝 스치기만 해도 고약한 냄새로 성질을 부리는.....
그래도 성질값은 하는지 꽃만은 예쁘게 피운다.
꽃에도 고약한 똥냄새가 날까 조슴스레 코끝을 대보니 꽃향기만큼은 제법 유혹적인 향기를 풍긴다..
그 향기 때문인지 벌과 온갖 곤충들의 바쁘게 움직인다.

산록도로에서 다시 1100도로로.....
무슨맘인지 예정에 없던 영실입구로 들어섰다.
매표소에 사람이 있으면 소피나 보고 (녹차를 너무 많이 마셔서..^^;;) 나오고
없으면 등반이나 해버릴까?하는 작은 욕심이 원인이다.
6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까지 매표소는 근무를 하고 있었다.^^;;

이제 날도 저물어가고 해수욕장을 간 팅언니안테 전화를 넣어본다.
아직도 금능이란다.
헤헤~ 그쪽으로 합류할 속셈으로 다시 산록도로를 타고 금능으로 향해본다.

내 출사의 하이라이트는 이제부터다.
산록도로변에서 아직도 많은 꽃을 피운 자귀나무.....
그 뒤로 시원히 보이는 한라산과 어승생악..
양념으로 구름까지.....
몇컷을 찍어보지만 실물보다 못하다.
이제 오늘이 지나면 자귀나무 꽃은 내년을 기다려야 하기에 부지런히 욕심을 내본다.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어갈 즈음... 납읍으로 이어지는 서부관광도로에서 비양도가 금빛에 휩싸이는 광경을 만났다.

급해서 자리를 잡을세 없이 몇컷을 찍어보지만.....ㅠ.ㅠ
여전히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조금 더 진입을 하여 사거리에서 납읍쪽으로 옮겼더니 그쪽에서 2대의 차량이 비양도가 금빛에 휩싸인 광경에 넋을 놓고 있다.
동지의식 때문인지 입가에 웃음이 머문다.

시간을 보니 6시 35분이 넘어간다.
이제 정말로 해수욕장으로 가야겠다.
해수욕장에서도 일몰을 찍었지만 선명치가 않아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오늘 원추리를 찾아서 떠난 길은 비록 원추리를 찾지는 못했지만 아쉬움은 없다.
제주다원에 들려 행복했고, 풍성한 자귀나무꽃을 만나 행복했고 다시 못볼 비양도의 풍경에 넋을 잃었으니.... 이만하면 오늘 많은 행운을 만난셈이다.

미소 03-08-13 03:30
분명히 금능이라고 했는데 협제에서 팅을 찾던 바보앙마^^

미소 03-08-13 03:32
아무리 길치지만... ㅉㅉ
제주다원이라... 나두 한번 가봐야지^^

멀더요원 03-08-13 07:15
앙마님 틀렸습니다-.-
원추리의 영어명은 One tree (키키키 메롱~)

도덕 04-04-07 08:04
??


아휴~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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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6-4 한라산답사기 by 미소

오름후기 2003. 6. 4. 22:01 Posted by jejulife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 아침 문득 산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나섰다.
내가 산을 찾는 뚜렷한 이유는 없다. 여기 게시판관리자님처럼 생활의 일부분으로 느낄 만큼의 산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좀 추상적이고 우습게 들리겠지만, 나는 뭔가 필요해서 간다.
차 창밖 싱그러운 나무숲사이로 단숨에 영실입구까지 달렸다.
근데 아침부터 북적북적.
초록 잎 사이로 새소리가 들려야할 한라산이 온통 떠들썩. 뭔 일인고?
에구에구... 새벽등반이 아쉬워 지는 군.
경상도사투리의 고교생들 수학여행... 요즘은 수학여행을 한라산등반하나.. 치~
모처럼의 등반에 찬물도 유분수지.. 투덜투덜^^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진 행렬을 어떻게든 앞서보려고 무진장 노력하며..
휴~ 이제 좀 조용하다..
산은 녹음이 짙어지기 전 이맘때가 가장 싱그러운 것 같다.
오늘따라 병풍바위와 기암절벽이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
어젯밤의 수면부족 때문인지 오랜만에 산을 타서 그런지... 이쯤에서 쉬어가야겠다
병풍바위쯤에서 바라보이는 제주도의 남쪽은 정말이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우리의 인생이 어쩌면 등산과도 같다는 생각을 자주하면서부터 산을 좋아하게 된 것도 같다
처음 산을 오를 땐 부듯한 만큼이나 자신감이 생겼고 정상에서 바라본 세상을 보며 별것 아니 구나......
하지만, 넓은 대자연속의 나라는 존재는 아주 작은 미물에 불과하다고 느껴질 때쯤에..
이 넓은 세상과 자연 속에 정말 티끌만한 존재인데...
쪼끄만 한 것이 잘난척하기는~~ 적어도 한라산 정도는 돼야지이~^^
교만과 겸손의 차이겠지 뭐~

며칠만 일찍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군데군데 아직 남아있는 철쭉으로 대신하며 산을 내려온다...
언제나 그렇지만, 내려올 때 힘들게 올라오는 사람들의 표정을 바라보며..^^
조금아까까지도 힘들던 내 자신은 어디로 갔는지... 암튼, 못 됐어.. 간사하기도 하고....
하지만 난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조금만 가면 됐어요.. 힘내세요..”이런 격려의 말 따위는 하기 싫다.
솔직히 사람마다 ‘조금만’의 차이가 다 다르고, 있지도 않은 희망을 주는 것 같아서..^^
이때 어떤 젊은 아가씨, 올라오며 잔뜩 찌푸린 얼굴로 “저기요.. 얼마나 더 남았어요..”
근데, 세상에.. 맘속에선 “게메예~” 하지만 입으론 “조금만 가면 돼요.~”ㅋㅋㅋ
어쩔 수 없는 나의 행동에서 조금의 위선을 느끼며, 우리의 일상에도 숱한 조그만 위선들로 가득 차 있는 건 아닌지....

여유 작작 내려오며... 보았는데, 오늘따라 참 다양한 여러 모양의 사람들이 한라산을 찾은 것 같다. 아빠 무등을 타고 오는 어린꼬마부터 노인학교 학생분들까지, 가사를 입은 스님에서부터 수녀복 차림에 등산화가 그런대로 어울리는 분....
한국말을 재법 잘하는 흑인선교사까지... 마자 또 핫팬츠에 끈나시 입고.. 바다로 가야 할 사람이 산으로 온 족속들까지...
어쨌든 이모양 저모양의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게 인생이겟지 뭐...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커피를 마시며 진정시켜 본다..
처음해본 혼자만의 등반...
어차피 혼자가야 할 인생... 천상천하, 유아독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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