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문득 산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나섰다.
내가 산을 찾는 뚜렷한 이유는 없다. 여기 게시판관리자님처럼 생활의 일부분으로 느낄 만큼의 산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좀 추상적이고 우습게 들리겠지만, 나는 뭔가 필요해서 간다.
차 창밖 싱그러운 나무숲사이로 단숨에 영실입구까지 달렸다.
근데 아침부터 북적북적.
초록 잎 사이로 새소리가 들려야할 한라산이 온통 떠들썩. 뭔 일인고?
에구에구... 새벽등반이 아쉬워 지는 군.
경상도사투리의 고교생들 수학여행... 요즘은 수학여행을 한라산등반하나.. 치~
모처럼의 등반에 찬물도 유분수지.. 투덜투덜^^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진 행렬을 어떻게든 앞서보려고 무진장 노력하며..
휴~ 이제 좀 조용하다..
산은 녹음이 짙어지기 전 이맘때가 가장 싱그러운 것 같다.
오늘따라 병풍바위와 기암절벽이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
어젯밤의 수면부족 때문인지 오랜만에 산을 타서 그런지... 이쯤에서 쉬어가야겠다
병풍바위쯤에서 바라보이는 제주도의 남쪽은 정말이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우리의 인생이 어쩌면 등산과도 같다는 생각을 자주하면서부터 산을 좋아하게 된 것도 같다
처음 산을 오를 땐 부듯한 만큼이나 자신감이 생겼고 정상에서 바라본 세상을 보며 별것 아니 구나......
하지만, 넓은 대자연속의 나라는 존재는 아주 작은 미물에 불과하다고 느껴질 때쯤에..
이 넓은 세상과 자연 속에 정말 티끌만한 존재인데...
쪼끄만 한 것이 잘난척하기는~~ 적어도 한라산 정도는 돼야지이~^^
교만과 겸손의 차이겠지 뭐~
며칠만 일찍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군데군데 아직 남아있는 철쭉으로 대신하며 산을 내려온다...
언제나 그렇지만, 내려올 때 힘들게 올라오는 사람들의 표정을 바라보며..^^
조금아까까지도 힘들던 내 자신은 어디로 갔는지... 암튼, 못 됐어.. 간사하기도 하고....
하지만 난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조금만 가면 됐어요.. 힘내세요..”이런 격려의 말 따위는 하기 싫다.
솔직히 사람마다 ‘조금만’의 차이가 다 다르고, 있지도 않은 희망을 주는 것 같아서..^^
이때 어떤 젊은 아가씨, 올라오며 잔뜩 찌푸린 얼굴로 “저기요.. 얼마나 더 남았어요..”
근데, 세상에.. 맘속에선 “게메예~” 하지만 입으론 “조금만 가면 돼요.~”ㅋㅋㅋ
어쩔 수 없는 나의 행동에서 조금의 위선을 느끼며, 우리의 일상에도 숱한 조그만 위선들로 가득 차 있는 건 아닌지....
여유 작작 내려오며... 보았는데, 오늘따라 참 다양한 여러 모양의 사람들이 한라산을 찾은 것 같다. 아빠 무등을 타고 오는 어린꼬마부터 노인학교 학생분들까지, 가사를 입은 스님에서부터 수녀복 차림에 등산화가 그런대로 어울리는 분....
한국말을 재법 잘하는 흑인선교사까지... 마자 또 핫팬츠에 끈나시 입고.. 바다로 가야 할 사람이 산으로 온 족속들까지...
어쨌든 이모양 저모양의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게 인생이겟지 뭐...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커피를 마시며 진정시켜 본다..
처음해본 혼자만의 등반...
어차피 혼자가야 할 인생... 천상천하, 유아독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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