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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01 세미오름, 우전제비(우진제비) 오름 후기 2
  언제나 그렇듯이, 우당도서관에서 자판기 커피 한 잔 뽑아들고 교육회관으로 향했다. 이제는 나도 이력이 좀 붙었나 보다, 웬만하면 오름 갔다 와야지란 생각을 가끔씩 한다.
  차 한잔 마시면서 기다리기를 약속했던 8시 30분이 지났다.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장마기간인 요즘은 사람들이 나오지 않아도 이해가 간다. 어제 다음 카페에는 전농로님이 '비가 와도 가봅시다'라고 분명 적었는데..., 조금만 더 기다리다가 도서관에 가서 책이나 좀 봐야겠다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스포티지에 전농로님 모습이 보인다.
  서로가 눈치 보면서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얘기하기를 10여분, 전농로님 아신다는 우진제비오름을 가기로 하였다.(산행 중에 '너무 좋다'는 표현을 하시는 전농로님에게 "아까는 왜 그냥 집에 가자고 했느냐?"고 묻자 하시는 말씀 회원들이 많이 나오지 않아서 내게 미안했다나 어쨌다나???^^)
  요즘 최고의 인기인 '재테크'에 대한 얘기로 꽃을 피우면서 출발하여, 처음 도착한 오름은 세미오름이었다. 내가 자주 다니는 길가에 보이는 오름이라, 언제 한번 올라가 봐야지 했던게 이렇게 우연찮은 기회에 오르게 됐다. 요즘 번영로 확장 공사한다고 달라진 길을, 길 모르는 두 사람이 찬찬히 가자니 뒤에 따라오는 자동차가 답답하였는지 경적을 울리면서 추월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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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미오름 입구로 들어서려는데, 나이 지긋하신 남여2쌍 4분이서 산행이 좋았는지 흐뭇한 표정으로 나오신다. 서로의 단체 사진을 찍어 주고 세미오름을 올랐다. 무난한 코스에 말굽형 화구인 이 오름은 정상에 길을 따라서 가다보면 마치 두개의 봉우리를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아담하고 작은 오름이다. 오름 아래로 마을 모습이 보인다. 내려오고 나서 자료를 찾다보니 '아차!' '샘'이 있어 '세미오름'이란다. 다음 오를 때 이 샘을 찾아 봐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제주 오름 중에 특이한 이름이 어디 이 오름 뿐이랴 만은, 아니나 다를까 자료에도 이 오름이 왜 우진제비(우전제비) 오름인지는 모르겠단다. 이 오름의 옛 표기에 '우진접'이 있던데,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우진'이라는 곳 또는 것에 가까이 '접'해 있다고 해서 '우진에 접한 오름'이 아닐까 하고 감히 나 혼자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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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름 입구에서 차가 밭 입구에 빠졌는데, 역시 리더다! "내 차가 4륜구동이니 '제주시티' 차를 놔두고 내 차로 가자" 하던 김과장님 선견지명 덕분에 난감함을 뒤로 하고 오름을 오른다. 선흘 마을 분들이 고맙게도 오름 입구에 잡풀을 깔끔하게 청소해 놓아서 산행이 한결 즐거웠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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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굽형 오름 가운데 '샘'이 있는데, 거기까지만 청소가 되어 있던 것이다. 가볍게 올랐던 세미오름에 대한 환상은 깨어지고, 흥얼거리던 모습은 간 데 없다. 후에 내려오면서 보니 '샘'을(여름에 오를 때는 샘이 있는 좌측으로 오를 것을 권장 합니다.) 뒤로 하고 우측으로 올랐던게 화근이었다. 가시덤불 길을 헤치며 가는데 장마철인데다 '샘'을 간직한 오름답게 무척이나 습하다. 겨우 겨우 올라오니 드디어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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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올라왔다고 '폼' 잡으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부린다. 커피와 함께 정상 기념으로 사진 한장 찍어보니 커피 광고가 따로 없다. 차 한잔 하고 내려 오는데, 두 사람만 오른 오름은 언제나 그렇듯이 서두르지 않아도 시간이 절약된다.
  정상에서의 거드름이 지나쳤나 보다. 올라오는 길에 비해 내려가는 길이 너무 편안하다는 말을 오름신이 들었는지 우리에게 작은 시련을 하나씩 주신다. 디카 조심하느라고 엉덩이로 넘어지니, 영락없이 우스꽝스러운 엉덩방아가 내 몫이다. 아슬아슬 하게 넘어질 듯 하면서도 잘 내려오셨던 김과장님이 그것 보라는 듯이 웃는데, 샘 앞에서 과장님은 넘어져서 땅에다 절을 하고 마셨다. 이 오름 있는 선흘리에 김과장님 다니는 '절'이 있어서 다니다 보니, 언젠가 우진제비 오름도 오르게 되셨다고 말 하셨는데, 이렇든 저렇든 간에 김과장님은 이 곳 선흘리에서 '절' 한번 잘 하고 오름을 내려오셨다.
  오름을 뒤로 하고 나오는 길, 또 한번 아차 싶다. 우진제비오름 표지석을 찍는다는 게 지나쳐 온 것이다. 오름 오를 때 하는 후회 중 대표적 하나가 '내려올 때 찍어야지' 하는 사진이 정리 할 때 보면 없다는 거다. 마침 보이는 함덕초등학교 선인분교장에서 아쉬움이 담긴 마지막 포즈를 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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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을 끝내고 집으로 오는 길에 김과장님이 점심이나 먹고 가자고 들린 찻집 겸 식당 이름이 '길섭나그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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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섭나그네 064-782-5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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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미오름이 위치한 이 곳 식당 자리는 원래 예전부터도 원(院)이 있어서 이 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아주 요긴한 쉼터 였단다. 김과장님의 설명을 듣고 보니 제주시에서 성읍을 오가는 길 사이 중간 쯤에 원이 자리잡고 있었던게 충분히 이해가 간다. 아주머니 손맛이 일품이겠지만, '시장이 반찬인가?' 생각하며 먹는 녹차들깨수제비가 꿀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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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오는 차안에서 김과장님이 "아까 집에 그냥 갔으면, 아마도 목 돌리기 체조 하고 있었을 것"이란 말을 듣고 웃는데, 차창 밖으로 후두둑 소나기가 쏟아진다. 서로 물끄러미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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