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메오름] 후기

오름후기 2007. 7. 16. 10:42 Posted by jejulife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더니 내가 요즘 나름대로 열심히 오름 가는 것을 어찌알고 하늘이 장마철인데도 불구하고 일요일 마다 좋은 날씨를 주신다.
  저번 주 동부교육산행에 이어 이번주도 서부교육산행으로 선생님(현원학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께서 유종의 미를 거두시려는가 보다. 오늘은 바리메와 금산공원 그리고 가까운 문화유산을 돌아본단다.
  날씨까지 우리를 도와준다며 거칠것이 없던 자만이 순간 긴장감으로 바뀐다. 바리메를 향해 룰루랄라 잘나가던 우리차에 이상이 생긴것이다. 나름대로의 순발력을 발휘하여 차를 바꿔타고 헐떡이며 도착한 바리메는 벌써 오름을 내려온 산행 팀으로 북쩍였다.
  무엇보다 바리메오름이 서부 목축의 근거지임을 강조하시는 선생님은 제주의 원시림이 끊기는 생태학적 경계로서의 바리메의 다양한 가치를 집어 주시기를 잊지 않는다. 노꼬메오름과 더불어 지명도가 있는 바리메오름을 나는 올라본적이 없어 자못 기대가 된다. 높고 거칠어 장쾌한 모습의 노꼬메오름과 달리 바리메 오름은 그릇이 엎어져 있는 모습으로 작지 않은 산세에도 불구하고 노꼬메오름에 비하여 소박한 모습이다. 숲이 우거져 있는 바리메오름은 장마의 습한 기운 때문에 꾀나 미끄러웠다. 오르는 동안은 그나마 괜찮은데 내려오는 동안 여러번 넘어질 뻔한 나를 나무가 손을 뻗어 잡아준다.
  누가 장마철이라 하겠는가, 땀을 흘리며 숲을 빠져나와 정상에 다다른 우리를 반기는 것은 파란 여름 하늘과 드넓게 펼쳐진 '어름비' 들판 그리고 한라산이었다. 장마에 이 정도의 시계는 여가를 즐기는 이들에겐 최고의 선물이 아닌가 싶다. 듬직한 친구로서 이웃해서 우리를 반기는 노꼬메오름, 거침과 규모면에서 바리메에 못지 않지만 봉우리가 주저앉아 키 작다고 둘째가 되어버린 족은 바리메, 깨어나 보니 스타가 되어버린 새별오름, 이달봉, 정물오름, 당오름 그리고 언젠가 나를 반겨줄 바리메의 친구 오름들, 멀리 산방산과 수월봉까지 눈앞에 고스란히 담긴다.
  어디 그 뿐이랴 '원형분화구'인 바리메 오름 또한 나를 놀래킨다. 둥그런 분화구를 고스란히 잘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원형분화구 녀석들은 언제나 놀라움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다랑쉬오름을 비롯하여 금오름, 백약이 등 밑에서 보면 꼭대기가 뾰족한 한낫 봉우리처럼 보이는 오름이 정상을 오른 이들에게 만은 환하게 웃는 동그란 '분화구' 모습을 맘껏 보여준다.
  우리 선생님은 오늘도 '해설'을 해주신다. 안개나 비가 왔으면 다못할 이 좋은 얘기들이 선명한 날씨의 응원에 힘입어 성공적인 프리젠테이션으로 변한다. 오름 동서남북 모두가 입체 스크린이요. 선생님의 손가락 하나 하나가 레이저빔이다. 최영 장군, 몽고, 비양도, 어름비, 추사 김정희, 대정, 범섬, 4.3 또한 밤을 세워 얘기해도 다 못할 그 전설과 주인공들에게 무대를 제공한 오름, 아! 제주의 오름, 민중과 함께 전설을 만들어 온 오름은 어느덧 스스로가 '전설'이 된다.
  밤을 세워 얘기해도 끝이없을 이 전설의 풍요로움 앞에 30여분의 시간이 어찌 모자라지 않겠는가. 이 위대한 전설 앞에 우리의 숙연함과 겸손함도 공부라 생각 하시는지 남은 이야기를 다음 기회로 미루고 마저 못둘러본 봉우리를 돌아보자 하신다.
  그냥 하나의 송수신탑인 줄 알고 올라간 정상은 나의 '유식함'을 짓밟고 태양열발전무인감시카메라의 단순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사람이 지키는 다른 오름과 달리 기계가 바리메와 이웃을 보살피는 것이다. 우리 삶이 힘들어 삶을 살아가는 사이, 우리와 푸르름도 '기계'가 돌보기 시작한 것이다.
  오른쪽 방향에서 오름을 올라 잠시 쉬어가는 정상이 오름 하나 안보이는 사람사는 '어름비' 너른 들판을 보여준다면, 카메라가 있는 이곳 왼쪽 정상은 한라산, 노꼬메, 족은바리메와 친구 오름들로 이어지는 원시림과 푸르름을 보여준다.
  습기에 미끄러져 넘어질 듯 하며 바리메를 내려와 한 숨 돌리는가 싶더니, 다그치는 선생님의 재촉에 못이겨 잘못 들어온 입구에서부터 나무 줄기를 헤치며 겨우 찾아온 곳이 '홍골물'이란다. 지금은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아 잊혀져 가고 있지만, 홍골물은 이곳 바리메 일대가 목축의 중심지가 되는데 큰 기여를 했단다. 나고 자라 어릴적부터 이곳을 무대로 전쟁놀이를 주름잡던, 변팀장님의 실망한 모습에 연이어 모든 회원들의 실망감은 현선생님의 재촉하는 모습과 겹치며 웃음짓게 한다. 이곳 주인이 전설의 홍골물을 시멘트로 메우며 물길을 돌려 버렸기 때문이다. 물이 막히거나 썩은게 아니어서 사용할 수 는 있지만, 팔을 뻗어 아등 바등 거려야 손에 잡히기 때문이다. 무릅꿇고 겨우 물맛은 보게 하는 것은 이곳을 지키는 신에 대한 예의를 위해서일까, 물맛의 시원함 보다 여기 저기 보이는 무속인들의 흔적은 무릅꿇어 물을 뜨게 하는 짜증남에 대한 충분한 이유가 됐다. 종교에 대한 민감함 때문인지 무속에 대한 말문을 여시는 선생님은 풍수지리적인 '기'의 충만함, 행정적 철거 이전 이곳을 무대로 한 무속신앙인들의 과거 상황에 대한 설명을 조심스럽게 하신다.
  길을 잘못들어 어렵게 찾아온 만큼 돌아섬이 어려웠던 교육산행팀은 홍골물에 막바지의 아쉬움을 남기고 너른 목초지를 지나 바리메오름 교육산행의 다음 목적지인 금산공원으로 향한다. 목초지를 걸으며 바리메을 바라본다. 오늘 우리는 바리메 산행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었는지 생각해본다. 오름 정상 선생님의 해설 중에도 하신 말씀이지만, 우리가 간직해야 할것이 오름에서의 즐거움, 홍골물의 상쾌함 만은 아닐것이다. 이 오름을 근거지로 살아왔던 선조들의 역사와 전설 이 모두가 어우러져 목축의 근거지로 자리메김한 바리메오름의 존재 이유를 빛나게 해 주는 것이다.

금산공원 이후는 산행이 아닌만큼 후기에 잇지 않습니다.(실은 글쓰는게 힘들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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