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오름, 안돌오름 후기

오름후기 2007. 8. 4. 23:25 Posted by jejulife
  임시 산행임에도 5명의 많은 인원이 출석했다. 전농로님, 초록날개님과 강선생님, 누구 오빠의 친구 그리고 나까지. 강선생님은 예쁘게 차리고 온 옷 만큼이나 출발부터 주위사람들의 '눈총'을 사 급히 집에 갔다 온다. 짧은 팔에 짧은 바지를 입고 온 태가 땡볕에 풀이 많이 자란 여름 산행을 못해본 폼이 역력하다. 강선생님 옷갈아 입으러 간 사이 반가운 손님도 온단다. 지난번 여문영아리오름에서 만난 팀이 합류를 한다고 한다. 지난번 보다 1명이 늘어 6명인 이 산행팀은 갤로퍼 숏바디를 타고 다녀도 불편하지 않고 즐거운 표정이다. 민오름 간식 중에 갑자기 작명한 '월두'팀이란 이름을 부르기로 했다.
  월두팀장님이 인터넷에서 정성껏 조사해 온 자료를 바탕으로 목적지를 정하다 보니 출발부터가 산뜻하다. 동쪽오름 중에 송당에 위치한 민오름과 그 근처의 오름으로 압축되었다.
  깔끔한 출발과 달리 송당에서 부터 헤매기 시작한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서로를 의지하며 오다보니 맹심(명심)하지 못한게 우리 모두의 불찰이다. 송당 근처 조경나무 심는 밭에서 일하는 분께 물어 민오름 찾으니 왔던길로 돌아가 팽나무 있는 송당목장 입구로 들어 가라고 한다. 양쪽으로 키큰 삼다무가 아름다운 길 700여m를 걸어 들어온다. 길이 예쁜 만큼 모든 이들의 마음도 설레임이 엿보인다. 길을 걸으며 이런 저런 얘기가 도란 도란 들려온다. 사랑, 추억, 회상... 어떤 얘기를 해도 스토리가 어울릴것 같은 목가적인 길이다. 커다란 삼나무 조림길인 만큼 제주스러운 맛은 떨어지지만 여기서 영화를 찍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산행경험이 있는 초록날개와 강선생님의 기억을 더듬으며 민오름 입구로 들어선다. 민오름 입구에는 폐가가 된 이승만 대통령의 별장이 자리잡고 있다. 목장 안 구석진 곳에 별장을 지을려면 서울 근처 가까운 데 멋있는 곳이 얼마든지 있을텐데, 우리나라 최고의 피서지 제주에서 해안가가 아닌 곳에 대통령 별장을 지은 이유가 궁금하다. 석재료를 이용하여 지은 집이어서 오랜 세월에도 집으로서의 모양새는 그대로 갖추고 있다. 왠지 모르지만 잠금장치도 하지 않아서 오름 오르기 전에 문을 열어 보았다. 낡기는 했지만 돌을 타일처럼 근사하게 깔아놓은 응접실, 씽크대와 곤로로 보이는 물건도 있으며 낡은 침대와 수세식 변기, 심지어는 방 내부에 욕실까지 따로 깔려 있다. 한마디로 인테리어만 새로하면 지금 사용해도 손색이 없는 설계다. 이곳이 대통령 별장이었는지를 굳이 하나 뽑으라면 의자가 6개 달린 회의 탁자 뿐, 너무 오래된 세월 탓인지 지금 보기에는 규모가 작기 때문인지 큰 화려함을 느낄 순 없었다. 별장을 구경하고 나오는데 모든 사람들의 이구동성 하는 말이 그래도 대통령 별장 인데 이렇게 폐허처럼 놔두지 말고 역사적 관광지로 단장 하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마디씩 보탠다. 좋든 싫은 우리나라 대통령의 별장인지라 기념사진을 한장 찍고 오름을 오른다.
  소나무가 아주 많은 길을 올라간다. 심지어는 주위에서 보기 힘든 특이한 품종의 소나무도 눈에 띈다. 소나무 잎이 일반 소나무 보다 반 정도 크기다. 우거진 숲길을 올라 정상에 오르니 민오름도 분화구를 가진 낮은 초지여서 산행길이 가볍고 즐겁다. 오름 입구에서 우선 우측으로 방향을 잡은 우리는 분화구를 가로질러 좌측 정상에서 간식을 먹는다. 칡오름, 거슨세미, 큰돌이미(작은돌이미), 아부오름 등 주위에 다양한 오름들이 펼쳐진다.
  월두팀장님의 바램대로 거슨세미를 가기로 한다. 민오름 가는 송당목장 입구 맞은편 길로 700여m 들어가면 오르는 길이 있다고 자료에 표기되어 있으나, 가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왕좌왕하며 찾은 입구가 안돌오름과 맞닿아 있는 쪽 입구인데 철문 입구로 들어가기 까지는 좋았으나 정상으로 가는 길은 찾을 수가 없다.
  전농로님이 오른적 있다던 안돌오름으로 방향을 급하게 돌린다. 시멘트로 된 둥그런 소먹이는 물이 사람이 사용해도 좋을 만큼 아주 맑다. 목장 앞 문을 지키는 하얀소는 이 더위에 뭐하러 여길 왔냐고, 움직임도 없이 소 닭보듯 우리를 쳐다본다. 우리 중에 닭띠인 사람이 있나보다. 그러나 저러나 갈길은 가야 하기에 소들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고 조심 조심 소 곁을 지나간다. 나무 그늘사이로 올랐던 민오름의 서늘함은 없고 정상까지 초지만 깔린 안돌오름을 오르자니 땡볕에 거친숨이 나온다.
  탁트인 정상은 언제 더웠냐는 듯 사방에서 세찬 바람이 불어온다. 이제 생각해보니 땡볕이 더운게 아니라 오름 때문에 바람이 막혀 더웠던 것이었다. 밧돌오름, 거슨세미, 골체오름안에 갖힌 형국이다. 그나마 어머니 품인 한라산이 팔을 벌리고 반기는게 안돌오름에게는 큰 위안처럼 보인다. 민오름과 안돌오름 사이에 낀 거슨세미를 오르지 못해 재미가 반감되긴 하지만 다음에 오를 기회가 있을거란 생각으로 위안을 삼는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민오름 분화구와 안돌오름 분화구는 비슷한 느낌이 있다.
  무슨 생각에서인지 월두팀장님과 다른 한분이 이번에도 분화구를 가로질러 내려온다. 길이 없어 덤불 우거진 사이로 내려오다 보니 선두에서 뒤쳐진다. 이 때약볕에 내려오며 힘이든 회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꼭 거슨세미를 오르고야 말겠다는 월두팀장님을 달래기로 한다. 소 풀뜯는 모습이 한가로이 보이는 오름 허리, 그늘 좋은 소나무가 있는 곳에 앉아 잠시 쉬어간다. 초록날개님의 얼린 삼다수가 부러웠나보다 목마른 전농로님의 좋은 표적이 되어 버렸다. 물 한모금 얻어 드시는 줄 알았는데 초록날개님 손에 쥐어진 건 얼음없이 달랑 빈병이다. 아무 생각 없겠다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느 덧 두분은 티격태격이다. 차를 타기전 어떤 분이 옷에 진드기가 묻었다고 했는데 무슨 말인가 했다. 차를 타고 가는 길에 우연히 본 내 옷에도 작은 벌레 몇마리 붙어 있다. 우리를 위한 그늘인 줄 았았는데, 소들의 쉼터 였던 것이다.
  오름 오르기전 전농로님의 더위를 달래주던 소먹이는 물이 이젠 내 순서가 되었다. 우리가 오름을 갔다 오는 동안 목장 소들의 불침번 순서는 아직도 안 변했나 보다. 목장을 들어설 때 경비를 보던 하얀 소가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안쓰러워 하는 우리의 생각을 알았는지, 우리가 산행을 끝내 보초 설 필요가 없어진걸 알았는지 고생 했다고 사진 한장 찍어주려는데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어디 냉우동 잘 하는데 없냐?'는 전농로님의 물음에 '우동은 모르겠고 냉면은 있다'고 대답해 드렸다. 도청사 근처에 정박사냉면으로 방향을 잡는다. 2세를 위하여 두문불출 하는 김성수님을 아내와 함께 초대 하려 했으나 못하고 김성수님과 더불어 시원한 냉면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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